해가 길어져서 왠지 요즘에는 저녁시간대에 고깃집에 가도 낮술을 하는 괴상한 기분이 듭니다.
벌건 대낮에 소주를 마시면 왠지 더 빨리 취하는 것 같고 부모도 못 알아볼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들지만
안산 상록수 맛집 제주삼육돈의 음식들은 도저히 취하진 않곤 배길 수 없을만큼 맛있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동네의 아주 조그마한 가게라서 사람들이 의외로 잘 모르던데 여기 제주도 고기맛을 보면 잊을 수가 없지요.
왜냐하면 이따시만하게 대단한 자태로 등장하거든요.
이게 제주 근고기라는 건데 저 같은 서울 촌놈의 입장에서는 놀랍기만 합니다.
저런 식으로 구워 먹는 무지막지하고 조금은 무식해보이는 방식이 의외로 육질의 맛을 최상급으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내더군요.
저는 이렇게 굽는다고 맛이 달라져봐야 얼마나 달라지겠어 했는데 굉장히 많이 다릅니다.
게다가 요즘에는 보기 힘든 연탄불에 구워주는 것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숯불에 굽는 건 이런 느낌이 없어요.
그리고 전 숯 향이 너무 짙게 배면 재료 그 자체의 맛을 해치는 것 같아서 마음에 안들 때도 있더라구요.
물론 맛있긴 한데 참숯 훈제라거나 그런 것도 가끔 먹어야 맛있지 늘 먹으면 무언가가 묘하게 가미된 맛에
질리게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연탄불은 직화의 장점은 살리면서도 본연의 맛을 충실하게 지켜주기 때문에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안산 상록수 맛집은 반찬들이 굉장히 많이 나와서 좋습니다.
저는 메인 재료가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곁들임 재료들이 얼마나 충실한가도 음식점을 평가하는
기준이라고 생각해요.
메인 음식에 자신감이 있는 건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것들이 너무 허접하게 나와버리면 괜히
마음이 식는다고 할까요?
푸대접 받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기분이 좀 그렇더군요.
하지만 여기는 기본 쌈은 물론이고 깻잎절임이라던가 파무침이라던가 볶은 김치 같은 것들이 충실하게 깔립니다.
그런 것들을 집어먹고 있다보면 서서히 익어가는 걸 볼 수 있어요.
두껍다보니까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저는 늘 이 집은 다른 음식점보다 조금 더 빨리 가는 편입니다.
식사 시간에 너무 맞춰서 가면 배가 고픈데 익질 않아서 군침만 꿀떡꿀떡 넘겨야 하는 괴로운 시간을 견뎌야 하거든요.
그런 점 때문에 불만을 토로하는 손님들도 종종 계셨습니다.
배가 많이 고프신 분들은 사장님께 미리 말씀해 주시면 강한 불에서 초벌을 해서 가져다 주시기도 하더군요.
아무래도 직화구이다보니까 팬에다가 김치를 볶아 먹는 재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종종 그릴 위에다가 김치를 올리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하는데요.
그런 걸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센스가 좋으신건지 볶은 김치가 같이 나옵니다.
굳이 볶지 않아도 미리 볶아져서 나오니까 이리 편할 수가 없어요.
쌈 싸먹을 때 이거 하나씩 넣어서 먹으면 굉장히 맛이 좋더군요.
아무래도 두껍게 굽다보니까 육즙이 안에 꽉 차 있습니다.
혹시 안 익어서 핏물이 나오는 건가 의심을 해봤는데 절단면을 깨물어서 봤더니 아주 잘 익었더군요.
저는 돼지를 먹으면서 육즙을 느껴 본 일이 전혀 없으므로 정말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게다가 오래 구우면 수분이 날아가니까 최대한 빨리 구워서 먹으라고 배웠는데 이건 이렇게 뜨거운 불 위에서
오래 구웠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촉촉하다는 게 신기했지요.
다 익은 고기는 이렇게 파절임 위에 얹어 주십니다.
요걸 이대로 집어서 먹는 것도 좋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아무것도 없이 그냥 먹어보는 걸 추천하고 싶네요.
정말 이거는 그대로의 맛이 너무도 좋기 때문에 뭐랑 같이 먹으면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한 점은 멜젓을 찍어서 먹어 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제주에서는 다들 그렇게 먹는다는데 젓갈의 약간 비릿한 맛이 재료의 맛을 끌어내 주더군요.
같이 나오는 된장찌개도 아주 일품이었습니다.
보통 저는 고깃집 가서 찌개는 기대하지 않는 편인데 여기는 아주 깔끔하고 구수하니 고기의 기름기를
딱 잡아주는 게 정말 궁합이 잘 맞더군요.
이렇게 맛있는 안산 상록수 맛집이다보니 금방 손님들로 가득 찼습니다.
평일 저녁엔 친구들을 만나서 이런 맛있는 음식이랑 소주 간단히 기울이는 게 낙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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