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파주에 있는 장단콩두부집을 찾았습니다.
아무래도 거리가 조금 있다보니까 자주 들르는 건 조금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문득문득 여기의 음식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어릴 적엔 시골 할머니 댁에 가서 먹는 음식이 가끔 떠오를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찾아갈 시골도

저에게 맛있는 음식을 차려 주시는 할머니도 안계시죠.
파주의 샘뜰두부집은 이제 저에겐 작은 고향같은 느낌을 주는 곳입니다.
요즘 음식점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정성어린 음식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더덕구이보쌈을 시켰습니다.
빨갛게 구워낸 더덕구이를 중심으로 두부와 보쌈고기를 빙 둘렀습니다.

아마 이 집에서 가장 고급진 메뉴가 아닐까 싶은데 한번쯤 꼭 먹어볼만한 대표메뉴인 것 같습니다.
모든 재료들을 가장 질이 좋은 산지의 것을 가져다가 쓰기 때문에 더덕도 고기도 모두 훌륭합니다.
같이 나오는 새우젓마저도 살이 토실토실 올라 있어 감동적이에요.

 

 

이날 같이 간 인원이 조금 많아서 메뉴를 여러가지 시켰는데 두부김치는 가장 베이직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 같아요.
여기는 장단콩두부집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콩요리를 꼭 시켜서 먹는 걸 추천하는데 특히 비무장지대 쪽의 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콩으로 만든 두부가 일품입니다.
시중에서 흔히 먹어볼 수 있는 것과는 맛이 굉장히 달라서 이게 같은 요리가 맞나 혼란스러울 지경이죠.
굉장히 거칠은 질감에 묵직한 식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젓가락으로 집어 올리면 손 끝에 느껴지는 무게감이 상당합니다.
그만큼 안에 건강한 콩들이 듬뿍 들어 있다는 말이에요.

 

 

종종 별미로 시켜먹는 간장계란밥은 이 장단콩두부집의 간장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메뉴입니다.
맛있게 잘 만들어낸 간장과 김가루, 계란, 참기름을 넣었을 뿐인데 다른 요리에 밀리지 않는 훌륭한 맛을 보여줍니다.

 

 

계란후라이도 튼실하게 들어 있기 때문에 밥을 비벼 먹는데 전혀 부족하지 않습니다.
저는 공기밥이나 그런 걸 먹는 것보다 이걸 시켜서 여럿이서 나눠 먹는 게 더 좋더군요.
워낙 맛있다보니까 왠지 안 시켜먹으면 아쉬운 기분마저 드는 것 같습니다.
같이 온 사람들은 무슨 이런 곳까지 와서 집에서 흔히 해먹을 수 있는 간장계란밥을 시키냐고
핀잔을 줄 때도 있지만 먹어보면 그 맛이 얼마나 다른지 알게 됩니다.
슈퍼에서 파는 간장 가지고는 집에서 절대 이런 감칠맛을 낼 수가 없지요.

 

 

잘 비벼진 간장계란밥에 김치를 살짝 올려 먹으면 정말 맛이 그만입니다.
여기서 간장비법이라도 슬쩍 물어보고 가고 싶은데 아마 그건 영업비밀이겠죠.

간단한 요리도 익숙하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쉽게쉽게 음식을 만들어 내놓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정성을 들여 내놓기에 이런 맛이 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게에 적혀 있는 안내문구를 보니까 대부분의 재료들을 직접 재배해서 사용한다고 해요.
김치도 직접 담금 김장김치를 가지고 요리를 한다고 하더라구요.
요즘은 대부분의 가게들이 그냥 납품을 받아서 요리만 해서 내놓고는 하는데 확실히 요리는 주방에서 시작되는 게

아니고 재료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곳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요리 솜씨가 좋은 집들은 굉장히 많지만 이렇게 많은 부분들을 세세하게 신경쓰는 집은 찾기 힘든데
그런 점에서 장단콩두부집의 강점이 있는 것 같아요.
이곳에 같이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제가 음식을 대접하고 싶은 사람들인데 제가 정성들여 준비하듯 요리를

내어놓는 곳이기 때문에 누구에게 대접해도 받는 사람의 기분이 좋겠다는 확신히 있어요.

 

 

그래서 으리으리한 음식점들보다는 이런 곳에서 정겨운 분위기와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게 더욱 마음도 편하고

입맛도 도는 것 같습니다.
이곳에 같이 와본 사람들은 전부 여기를 극찬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도 자주 찾아가는 단골이 된 사람도 여럿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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